* 이 세상에서 마지막 보내는 어머님께 드리는 글 *
이제 30분 후에는 제 목에 이 생에 마지막인
죽음의 빗줄이 걸릴 것입니다.
교도관에게 양해를 얻어 펜과 종이를 달라고 하여
마지막으로 어머님께 이 글을 씁니다.
어머님께서 이 글을 받아 보실 때는
저는 이미 싸늘한 시체로 변해있겠지요.
사랑하는 어머니!
그동안 보살펴주시고 돌봐 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지금 제 마음이 이렇게 평온한 것은
믿음과 부활로 엉킨 희망이 아니겠는지요.
오늘은 제게 있어서 최대의 승리의 날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예수님처럼 나무 십자가 위에 달리는
극도의 고통을 겪는 것이 아니라
파렴치한 사형수가 죽음을 앞두고서
예수님의 죽으심을 좀더 가깝게 피부로 느낄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은혜를 주신 주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하늘 나라에서도 잊지 않고 기도 하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일찍이 하느님을 사랑했더라면 지금 같은 쓰아린
이런 가슴을 움켜쥐지는 않았겠지요.
지금 앞을 가릴 수 없이 눈물이 흐릅니다.
죽음이 서러워서가 아니라 나로 인해 죽어간 피해자에게
용서를 청하는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뉘우침입니다.
어머니 너무 떨려 오네요.
부디 건강하시고 오래 오래 살으시어 좋은 일 많이 하시고
먼 훗날 하늘나라에서 만나기로 해요.
교도관이 눈짓을 하는군요.
이제 가야할 시간이 됐나 봅니다. 떨려 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신부님 수녀님 그리고 저를 돌봐주신 많은 어머님들
그리고 후원회원님들 편안히 계시다가 하늘 나라에서 만나요.
이제 기쁘게 떠나렵니다. 울지 않으렵니다.
부탁이 있습니다.
저를 천주교 동산에 꼭 묻어주시고 일년에 한 번 만이라도 찾아주세요.
이 펜을 놓으면 저는 바로 형장으로 가게됩니다.
부디 건강하세요.
사랑하는 어머님들 저의 마지막 큰절 받으세요.
어머니...............
권 베드로 올림
이 글은 1997. 12.30. 서울구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