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좋은글

인생의 향기

송 관 2014. 3. 25. 11:40

인생의 향기

거듭되는 실패에 젊은이의 마음은 괴롭기만 했다.앞이 보이지 않는

암담한 나날을 보내던 젊은이는 유명하다는 고승에게서 가르침을 얻

고자 먼 길을 떠난다.

드디어 고승이 있다는 절에 도착한 젊은이는 고승을 보자마자 차마

돌이켜 보기도 힘든 자신의 지난날을 하소연했다.

"살면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습니다.그래서 살아가는 의미가 없습

니다....,"

고승은 젊은이의 신세 한탄을 조용히 듣고 나서 동자승을 불렀다.

"여기 보살님께서 먼 길을 오셨으니 따뜻한 물 좀 내오너라."

잠시 후, 동자승이 물을 내어왔다.고승은 찻잎을 잔에다 넣고 따뜻

한 물을 따라 찻상에다 올려놓았다.그런다음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에

게 차를 권했다.찻상에 올려진 잔에는 차에서 뿜어 나오는 김이 희미

하게 피어올랐고, 찻잔 안에는 찻잎이 둥둥 떠다녔다.

젊은이는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고개를 저었다.

"차향이 하나도 안 나는군요."

그러자 고승이 대답했다.

"하지만 그 찻잎은 유명한 생산지에서 직접 가져온 용정차입니다."

젊은이는 다시 한 번 차를 마셔 보았다.

"그렇지만 정말로 차향이 나지 않습니다."

고승은 이상하다는 듯 동자승을 다시 불렀다.

"끓인 물을 좀 내오너라."

잠시 후 동자승이 끓인 물을 내오자,고승은 다른 잔에다 찻잎을 넣

고 물을 따랐다.젊은이는 찻잎이 찻잔 아래위를 떠다니는 모습을 바라

보았다.은은한 차향이 조금씩 뿜어 나오는 듯했다. 젊은이가 막 잔을

들려고 하는데 고승이 이를 막았다.그리고 잔에다 다시 끓인 물을 부

었다.그러자 찻잎이 소용돌이를 치며 찻잔 안을 순환했다.

그 순간,사람을 취하게 하는 진한 차향이 찻잔 위로 퍼져 올라와 선

을 가득 채웠다.고승은 그렇게 다섯 번을 더 끓인 물을 부어 찻잔을

채웠다.그런다음 젊은이에게 찻잔을 건넸다. 찻물에서 우러나온 차향

은 입에 대자마자 젊은이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퍼져 나갔다.

고승은 웃으며 젊은이에게 물었다.

"이제 아시겠습니까? 같은 용정차라 해도 왜 그 맛이 다른지를 말입

니다."

젊은이는 잠시 생각해보다 이렇게 답했다.

"하나는 따뜻한 물로,다른 하나는 끓인 물로 찻물을 우려내서 맛이

다른 게 아닐까요?"

고승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같은 찻잎이라 해도 다른 물로 우려냈기 때문에 그 맛

이 다른 것입니다. 따뜻한 물로 우려낸 차는 찻잎이 모두 위로 떠올라

절대로 물에서 우려지지 않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차향이 날 수 있겠

니까?

하지만 끓인 물로 여러 번 찻잔을 채우게 되면 찻잎이 찻잔을 계속

돌게 되면서 충분히 우러나게 됩니다. 자연히 차향도 깊을 수밖에

지요. 우리의 인생도 이 찻잎과 같지 않습니까? 한 번도 시련을 겪지

못한 사람은 찻잔 위를 둥둥 떠다니는 찻잎처럼 깊이 있는 삶을 누리

지 못합니다.

하지만 여러 번 시련을 겪어낸 사람은 끓인 물에 우려낸 찻잎처럼

희로애락을 경험하면서 마음속에서 햗기가 우러나오는 깊이

사람이 될 수 있는 법이지요."

우리의 인생도 찻잎과 같습니다. 뜨거운 물에서 충분히 우러 나야

자신의 깊은 향기를 뿜어내는 찻잎처럼, 사람도 살면서 맞닥 뜨리는

시련과 역경을 경험하면서 자신만이 가진 그윽한 향기를 뿜어낼

니다.

신은 향기를 뿜어내는 사람입니까? 마음에게 말해보세요...

[허칭위엔 글 중에서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