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좋은글

추일 어느 가을 날에

송 관 2013. 11. 4. 04:16

 
추일(秋日) 어느 가을 날에
 
   庭際無人葉滿蹊(정제무인엽만혜)-아무도 없는 뜰, 길에는 낙엽 가득한데
   草堂秋色轉凄凄(초당추색전처처)-작은 초가에 가을빛이 쓸쓸해져 간다.
蛩如有意跳相咽(공여유의도상인)-메뚜기도 마음이 있는지 흐느끼듯 날뛰고
   山似多情翠又低(산사다정취우저)-산들도 정이 많은 듯 푸러러지고 낮아진다.
   世事到頭之者也(세사도두지자야)-세상사 머리에 이른 상황에서는
   閑情輸却去來兮(한정수각거래혜)-한가한 마음도 왔다가 가는구나.
   欲談細話誰將伴(욕담세화수장반)-자상한 이야기 함께 할 사람은 누구 이던가
   銷得南山一杖藜(소득남산일장려)-남산의 한 청려장 지팡이 다 닳아 버렸구나.
                                                            김시습(金時習)